원래도 공연을 좋아하지만
올 상반기 유독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이번 6월과 7월에는 특히 더 의미가 있었다.
책을 읽을 때도
같은 내용이지만 여러번 읽을 수록 내용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도
수년 전에 작곡된 동일한 곡이지만 들을 때 마다
당시의 나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해석하는 책과 다르게 클래식은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각 연주자의 해석을 내가 전달해 듣는 것이기에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곡을 듣더라도
연주자에 따라서 곡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같은 연주자라도
그의 삶이 세월에 따라 농익어질 수록
그가 연주하는 같은 곡이 다르게 들리는 것,
이것이 바로 클래식의 마법이다.
이번 6,7월은 운이 좋게도 한 음악가를 시간차를 두고 다시 만나는 기회가 두 번이나 주어졌다.
첫 번째는 18년만에 다시 만난 장한나,
두 번째는 3개월만에 다시 만난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이다.
1. 장한나
내가 장한나를 처음 봤던 것은 왼쪽의 기사에 등장하는 공연, 그녀가 한창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시기 10주년 리사이틀에서였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국어선생님이신데도 불구하고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으셨던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저 공연에 데려가주셨다. 초등학생 때 합주부 활동을 하며 오케스트라 악기 중 첼로가 제일 멋있어서 원래도 첼로를 가장 좋아했지만 그 날 공연은 나를 첼로의 매력에 더 빠지게 해주었고 어린 나이에 최고의 연주자로 세계를 누비는 장한나는 정트리오, 조수미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6월, 한-오 수교 130주년을 맞아 내한한 빈 심포니의 공연에서 그녀를 18년만에 다시 만났다. 이 공연은 시작 전부터 협연자와 지휘자가 여러번 바뀌며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덕분에 최종적으로 장한나가 지휘자로 결정되어 내게는 더 풍성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18년 전 그 때 나는 학생이었지만 이제는 교사가 되었고 장한나는 첼리스트였지만 이제는 지휘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는 광주에서 담임선생님께서 날 공연에 데려가주셨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내가 나를 공연에 데려가주는 등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당시 장한나와의 첫만남을 함께했던 선생님께도 연락드리고 같이 행복해하며 여운과 감동이 오래 남는 공연이었다🥰
이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또 장한나를 만나게 될까? 앞으로의 만남을 더욱더 기대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2022 빈 심포니 내한공연>
일시: 2022년 6월 1일 수요일 17:00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좌석: 1층 C블록 5열 8
지휘: 장한나
협연: 길 샤함(바이올린)
-프로그램-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번호 61
베토벤, 교향곡 제7번 가장조, 작품번호 92
2.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캉토로프를 처음 본 것은 지난 4월 롯콘에서 진행된 리사이틀에서였다. 그간 차이콥스키 콩쿨 우승자라고만 알고 있을 뿐 코로나로 인해 무대를 볼 수 없어 익숙함보다는 낯설음이 느껴지는 연주자였다. 프로그램 역시 내가 지금까지 가 봤던 리사이틀 중에 가장 낯설었는데, 이런 공연은 항상 혼자 다니곤 했지만 우연히 공연을 같이 가게 된 분이 있어서 그래도 함께 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꾸준히 들으며 점점 익숙해졌고 숨은 명곡들을 알게 되며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진 시간이었다.
결국 불발됐지만 내한이슈가 있었던 폴리니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컸지만 그 날 본 캉토로프는 너무나 어리고 젊어서 ‘아 저 연주자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내한하면 그 때 또 공연을 봐야겠다, 그럼 정말 감회가 새롭겠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내한 소식이 다시 들렸고, 이번에는 리사이틀이 아니라 서울시향과의 협연이었지만 그래도 괜히 반가운 마음에 다시 롯데콘서트홀로 달려갔다. 비록 장한나만큼의 시간의 갭이 없고 짧은 시간, 같은 장소, 심지어 그의 옷차림과 약간 키다리 풍선인형같았던 그의 모습, 정수리…ㅋㅋ까지 모두 변한게 없었지만 이 공연은 그에 대한 인상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월 리사이틀 때 캉토로프가 피아노를 참 유려하고 아름답게 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7월의 베피협 4번과 잘 어우러져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번에는 그를 3개월만에 봤는데, 앞으로는 얼마만에 어떤 곡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 지 그때도 그는 피아노를 아름답고 유려하게 치는 연주자일지, 아니면 그 스타일이 변할지 궁금하다. 그도 장한나처럼 그리고 8월에 보게 될 김선욱처럼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자리를 변경하게 될까? 그리고 그 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8월에는,
대학 시절 학교에 깜짝 방문하여 로비에서 멋진 곡을 연주해준, 피아니스트로 처음 만났던 김선욱을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약 10년만에 지휘자로 다시 본다. (이 공연은 이렇게 김선욱을 염두에 두고 예매했는데 어쩌다 임윤찬이 협연자라 그의 반 클라이번 콩쿨 우승 이후 매진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더불어 지난 5월 강남심포니 정기연주회에서 만났던 임윤찬을 콩쿨 이후 3개월만에 다시 보게 되어 너무나 기대가 된다.
앞으로의 나의 삶,
클래식, 그리고 예술가들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이 삶은 참 행복할 것 같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피아노 리사이틀-리스트의 환생->
일시: 2022년 4월 19일 화요일 19:30
장소: 롯데 콘서트홀
좌석: 1층 C구역 20열 9번
-프로그램-
리스트/바흐, 피아노를 위한
'울음, 탄식, 근심, 두려움' 전주곡, S.179
슈만, 피아노 소나타 1번 올림 바단조, Op.11
리스트,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5번.페트라르카의 소네토 104번
작별, S.251
슬픔의 곤돌라 2번, S.200
스크랴빈, 불꽃을 향하여, Op.72
리스트,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7번.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일시: 2022년 7월 7일 목요일 20:00
장소: 롯데 콘서트홀
좌석: 1층 C구역 19열 8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오스모 벤스케
협연: 알렉상드르 캉토로프(피아노)
-프로그램-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2번, 작품번호 72a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사장조, 작품번호 58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 다장조, 작품번호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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