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클래식

제 8회 계촌 클래식 축제 (임윤찬 협연)

리베쿤스트 2023. 2. 6. 14:30
일시: 2022년 8월 28일 일요일
장소: 강원도 평창 계촌마을, 계촌클래식공원
좌석: 정중앙 좋은 자리
#1부
채재일 (클라리넷)
아비람 라이헤르트 (피아노)
#2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윌슨 응
협연: 임윤찬(피아노)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회를 좋아했다.

그 후 좀 더 커서는 세계로(?) 눈을 돌렸고

오스트리아의 빈 필 신년음악회&여름음악회와 잘츠브루크 페스티벌, 독일의 베를린 필 신년음악회&발트뷔네 콘서트,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과 더불어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영국 BBC프롬스, 미국 탱글우드 페스티벌 등은 나의 버킷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갈 것!이라 생각하고 각 나라의 언어들을 열심히 배웠지만 아직 못가봤다 카더라…)

그리고 저 중에서도 빈 여름음악회를 필두로 하는 ‘야외 음악회’는 나의 ‘로망’ 중 하나였는데, 

전례없는 코로나로 여행이 망설여지는 요즘,

비록 해외는 아니지만 해외만큼 멀게 느껴지는 강원도 평창 계촌마을에서의 클래식 축제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정말 푸른 하늘! 지난 한 주간 강원도에 비가 내린다고 J가 걱정했었기에 나도 조마조마 했는데 이 날 날씨는 정말 최고였다♥️

이 축제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후원 아래 벌써 8회째를 맞이했을만큼 나름 역사가 깊은데, 그 재단에서 후원하던 장학생 임윤찬이 이번 반 클라이번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크게 유명해졌다. 

그 덕에 나 역시도 이 축제를 알게 되었는데, 임윤찬의 유명세 때문인지 이번에는 사연을 모집해 관객을 선정했다. 혹시 안 되면 어떻게 하나 싶은 걱정도 있었지만 무사히 선정되었다. 그래서 개학 후 바쁜 일상이었지만, 서울에서 오는 H네와 원주의 J집에서 합류하여 다같이 로망을 이루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히 집을 떠났다.

안흥에서 사 먹은 안흥찐빵👍🏻

원래는 둔내역에서 계촌마을 전용 셔틀을 이용할 예정이었기에 이 날 하루는 대전역에서 서울역으로, 또 서울역에서 둔내역으로, 그리고 둔내역에서 계촌마을로… 이동하며 하루를 이동에만 다 쓸 뻔 하였다.

하지만 원주에 사는 J의 은혜로, 그리고 대전에서 원주까지의 직행버스가 있던 덕에 대전에서 약 2시간을 달려 원주에 도착해 오랜만에 만난 J의 근황도 듣고, 족발도 뜯고, 좀 쉬던 중 서울에서 도착한 H네를 만나 J의 차로 평창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가는 길에 강원도의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는 한편, 실제 ‘안흥’에서 찜통에서 바로 막 꺼내진(!) ‘안흥 찐빵’도 사먹고 감자떡도 사먹고ㅎ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이동했다.

 

이 날 정말 사람이 많았다!

도착할 즈음에는 인파나 주차대란 등을 걱정하였지만 다행히 주차에도 큰 문제가 없었고 타이밍을 아주 잘 맞춰(!) 티켓도 무리 없이 받고 피아노가 정면으로 바로 보이는 아주 적당히 좋은 곳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얼마 사이 인파가 더 몰려 위와같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우리는 6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2대 2로 조를 짜 조직적으로(?) 움직인 덕에 저 모든 것을 피하고 기분좋게 공연을 즐겼는데, 이것은 정말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야시장을 방불케했던 먹거리장터...^_^

덕분에 일찌감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여독을 좀 풀고 다시 2인1조로 움직였는데, 사연 응모 당사자였던 나와 H는 입장권을 받은 뒤 계촌마을 주변을 돌며 먹거리를 좀 더 샀다. 

거리 곳곳에는 푸드트럭도, 천막으로 지어진 먹거리 장터도, 심지어 생맥주 가게까지 있어 정말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했고, 이곳이 축제의 장임을 여기저기서 뽐내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이 공연을 보기 전 하나의 실수는,

개학 후 학생들 진학지도로 상담봇이 되어ㅠㅠ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고

또한 너무 임윤찬에 꽂혔던 나머지, 1부를 장식해준 ‘채재일 클라리네티스트’를 간과했던 것이다.

H와 먹거리를 사서 노을이 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다시 돌아오는데, 어디서 피아노와 클라리넷 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졌다. 나는 언뜻 공연 전에 음반을 틀어주는건가? 싶었으나 그것이 아니었고 이미 1부 공연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부리나케 달려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 자리로 돌아왔다.

채재일님과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헤르트님께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해주신 것은 물론

중간에 센스있는 멘트까지 더해져 다행히 1부는 꽤 길었다.

레퍼토리 중에서도 거쉰의 곡 등 클래식인듯 재즈인듯 한 좋은 곡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베스트는 앵콜로 흘러나온 '고향의 봄'이었다.

2부로 넘어가기 전 이어진 사회자의 멘트에서

이 곡은 이 무대의 기획자께서 두 분의 연주자께 이 계촌과 가장 어울리는 곡을 앵콜로 부탁드린 결과물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앵콜을 들으며 '강원도 감성'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것이 맞았고

맑은 공기, 초록초록했던 풍경과 더불어 클라리넷의 청아함이 극대화되며

그 어느 대곡보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후 2부의 문이 열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임윤찬이 등장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의 8할은 그를 보러 온 것만 같았다.

이전에 알렉상드르 캉토르프를 3개월만에 다시 보고, 그를 너무 자주(?)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윤찬은 5월 강남심포니 정기연주회에 이어 8월 20일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다시 봤고,

그리고 이 날은 일주일만에 그를 또 다시 만났기에, 3개월 사이에 벌써 세 번째 만남이었다!

 

https://m.blog.naver.com/artisticnomad73/222834945633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제91회 정기연주회 (임윤찬 협연)

일시: 2022년 5월 4일 수요일 19:30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좌석: 1층 D블록 4열 10 지휘: 여자경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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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artisticnomad73/222853757367

 

클래식 레볼루션2022 - KBS 교향악단 (임윤찬 협연, 김선욱 지휘) : 1편

일시: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17:00 장소: 롯데콘서트홀 좌석: 1층 E구역 10열 10번 지휘: 김선욱 협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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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공연은 야외음악회였기 때문에, 두 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먼저는, 지난주 클래식 레볼루션에서와 똑같은 멘델 피협 1번을 연주해준 덕에

확실히 '실내'와 '야외'의 음향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이전에 조성진 공연을 예매하려 하면서, '야외 음악회'는 앞서 기술했듯 나의 오랜 '로망'이었기에,

사람들이 야외에서 펼쳐지는 연대 공연보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세종 공연을 더 선호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 들어보니 실내에서 그 공간에 울려퍼지는 생음악을 듣는 것과

야외에서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고,

음향으로는 실내가 압승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공연이 야외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된' 축제이다보니

임윤찬이 좀 더 대중적인 곡들을 앵콜로 선정해주었고

그 덕에 조금은 생소할 수 있었던 바흐의 시칠리아노(강남심포니 정기연주회)나

모차르트의 포핸즈(클래식 레볼루션)와는 확 다른 분위기로, 앵콜을 좀 더 편하고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어스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녹턴은 정말 최고였는데

이 때는 정말 잠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이 이어졌다.

이 날 지휘봉은 '윌슨 응'이 잡았는데, 항상 그에 대해서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본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홍콩 스타일이 어디 안 가는듯ㅎㅎ 정말 멋있었고,

샤프하고 날렵한 지휘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날 시벨리우스 3번 역시 그의 지휘 아래 펼쳐져서인지

지난 7월 서울시향 때 보다 곡이 더 가볍게 흐르며 멜로디가 귀에 쏙쏙 박히는 듯 했다.

이 곡은 대부분의 교향곡들이 4악장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교향곡이면서도 3악장으로 이루어진 것만 봐도 그 형식적인 면에서부터 실험적이다.

이는 이 곡이 작곡되던 시기가 시벨리우스의 창작 여정에서 과도기이자 전환기였기 때문인데,

시벨리우스는 이 곡을 계기로 교향곡 창작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벨리우스는 자연을 이 곡에 담았다하지만

나는 이 곡을 들을 때 마다 항상 '마법의 성'과 '마술피리'의 스토리가 생각이 나는데,

1악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현과 관은 용감하게 길을 떠나는 왕자의 위풍당당함을,

2악장의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비장한 멜로디는 그 여정에서 왕자가 만나게 되는 시련을,

그리고 3악장의 피날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리해 돌아오는 왕자의 기개를 표현한 것만 같다.

그런데 이렇게 머리속으로만 상상하던 풍경을, 이렇게 수풀이 우거진 야외에서 들으니

정말 무대 뒤 우거진 나무 뒤로 어느 용사가 이끄는 군대가 행진하고 있을 것만 같았고,

윌슨응의 날렵한 몸짓과 더불어 악기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재미있었다ㅎㅎ

한편 국심은 앵콜곡으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쌔쌔쌔'를 할 때

인기 레퍼토리였던 '반달'을 연주해줬는데,

이는 이 클래식 축제가 열린 '계촌마을'의 '계'가 '계수나무'할 때의 '계'를 뜻하기에

이들도 이 지역과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이 곡을 앵콜로 택했다고 한다.

곡 초반에 윌슨 응이 뒤를 돌아 박수를 유도했는데,

항상 혼자서, 혹은 친구와 둘이 부르던 노래를 이 자리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과 다 같이 부르니

옛 생각도 나고 이 날 피곤을 무릅쓰고라도 강원도까지 온 것이 참 좋은 일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것은 소풍인가, 연주회인가?

항상 정장, 아니면 단정하게라도 차려입고 다소 정돈되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가던 클래식 공연을,

이렇게 편하게 돗자리 깔고 앉아 

무려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도란도란 볼 거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ㅎㅎ

비록 이 날 낮 무렵까지만 해도 '가을이 왔다!'고 하던 것이

평창의 고도와 맞물려 '뭐야 겨울이야?'로 바뀌어

해가 진 후에는 계속 담요를 덮고 있었고 장갑까지 등장해야했지만,

이 날은 내 클래식 인생에 있어 정말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공연 시작을 알리던 노을도, 

어스름에 점점 잠기던 공연장도,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평창 하늘을 밝히던 (핸드폰이 감히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별들도

어느 희곡의 제목처럼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아직도 눈에 어른어른하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더 많아지고, 클래식이 더 많이 퍼져서,

사람들이 클래식의 매력을 알고 그것에 친숙해지기를,

그래서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래보는, 그런 하루였다.🌷

 

아름다운 계촌의 풍경, 하늘의 변화, 그리고 갑분 클래식축제 티켓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