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클래식

KBS 교향악단 780회 정기연주회 : 반환점

리베쿤스트 2023. 2. 6. 11:14
일시: 2022년 7월 30일 토요일 11:30
장소: 롯데콘서트홀
좌석: 1층 LP구역 5열 10번
지휘: 앨런 길버트
협연: 키안 솔타니(첼로)

-프로그램-

진은숙, 권두곡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107

드보르작, 교향곡 제8번 사장조,

Op.88, B.163

시야 맛집 롯콘 LP석 ​

사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지난 상반기를 위로하는 차원이긴 했지만

그간 공연을 너무 많이 봤던 차라

방학도 했겠다, 당분간은 대전을 누리며 쉬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7월 말에 서울 일정이 잡혔고,

요즘 열일하는 K향에서의 댓글 이벤트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뉴욕필을 지휘했던 앨런 길버트라니!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첼협이라니!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예매 버튼을 클릭하고 있었고

원래 지휘자를 보려면 합창석이 국룰이지만 P석이 오픈을 하지 않아

최대한 안쪽의 LP석으로 자리를 잡았고 앨런 길버트를 만날 생각에 방학 전부터 싱글벙글 했다.

(마침 이벤트도 당첨되어 정말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이 신나고 즐거웠다^_^!)

 

https://m.blog.naver.com/artisticnomad73/222833118081

 

KBS 교향악단 댓글 이벤트 당첨:)

KBS 교향악단이 780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최초의 마티네 공연을 기념하며 유튜브 댓글 이벤트를 진...

blog.naver.com

 

롯데 뮤지엄 관람권 득템!

하지만 프로그램과는 좀처럼 친해지기 힘들었다.

일단 진은숙의 권두곡은 2019년에 작곡된 곡으로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앨런 길버트의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연주될 곡을 진은숙에게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는데다가

브람스, 차이콥스키, 스크랴빈, 메시앙 등 너무 많은 작곡가들이 인용되어

음악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쇠가 쇠를 긁는(?) 느낌의 소리가 나기도 하고

계속 들으면서 '아 나는 현대 음악이랑은 안 맞는가보다...'싶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은 이 곡은 웬만한 놀이기구 뺨 칠만큼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했다.

다양한 악기로 편성된 곡이다보니 기존에 익숙한 편성 악기 말고도

오케스트라 뒷편에 다양한 타악기들이 등장했는데,

나는 LP석에 앉은 행운으로 그 악기들이 하나하나 연주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고,

'와 저런 악기도 있네, 저런 소리를 내네' 하면서 흥미롭게 곡을 감상했다.

또한 앨런 길버트에게 헌정된 곡인만큼,

이 작품을 초연한 당사자의 지휘로 연주되는 곡을 듣는 것도 정말 인상깊은 경험이었다.

 

권두곡의 다양한 악기 편성 (특히 타악기!)

다음으로는 키안 솔타니가 협연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첼협 1번이었다.

이 역시도, 나는 '첼로' 하면 여전히 생상스의 백조를 최고로 뽑는데

예습시 받았던 곡의 인상은 그런 부드러운 첼로가 아니라 박진감넘치는 느낌의 첼로였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지난 미샤 마이스키의 리사이틀 등을 거치며 

힘있는 첼로의 매력을 알았기 때문에 '그래, 그래도 어디 한 번 들어보지' 싶었다.

 

https://m.blog.naver.com/artisticnomad73/222832424306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

일시: 2022년 5월 1일 일요일 17:00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좌석: 2층 BOX2 1번 -프로그램- 슈만, ...

blog.naver.com

 

그러면서도 전에 한 번 예술의 전당 합창석에 앉았을 때 

바이올린 협주곡의 바이올린 소리가 먹히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첼로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좀 아쉽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 날 내가 앉은 좌석은 B석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음향이 굉장히 좋았는데

(3만원의 행복...♥️)

이 첼협에서도 첼로 소리가 하나도 먹히는 것 없이

그 '둥, 둥, 둥, 두르 둥' 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이 그대로 내 귀에 와 꽂히며 

공연 내내 흥겨운 어깨춤을 추게 했다. (실제로 말고 내적으로…)

또한 이어지는 앵콜에서는 키안 솔타니가 매우 또박또박한(!) 영어로

쇼스타코비치는 영화 음악도 많이 남긴 작곡가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곡을 K향 첼로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겠다~며 '등에' 서주를 들려주었다.

협연자가 자신과 같은 악기군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앵콜은 처음이었고,

이 앵콜에서는 내가 원래 좋아하던 부드러운 음색의 첼로를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런 협연이었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후반부에는 

'신세계 교향곡'으로 유명한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우연찮게도 최근 연달아 들은 교향곡들은 브루크너 4번 로맨틱부터 시작하여

베토벤 6번 전원, 그리고 드보르작의 8번까지 모두 시골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을 묘사한 곡들이었다.

(나의 복잡한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선택했던걸까...?)

<운명>의 인상 때문에 베토벤의 평소 스타일에서 전원을 생각하기 어렵듯,

드보르작 역시 강렬한 <신세계로부터> 때문에 이런 선율을 생각할 수 없었는데,

이 8번 교향곡은 ‘그의 고향의 숲과 시냇물과 하늘과 사람들이 다 담겨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묘사한 것이며 도시인들의 날선 긴장감과 피로감을 덜어 줄 수 있는 청량한 해독제’라고 한다.

실제로 드보르작은 워낙 시골을 좋아해서 일년 중 봄에서 가을간 6개월은 매년 프라하에서 60km 떨어진 Vysoka라는 마을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곳은 근처에 엄청난 숲이 있고 전형적인 농촌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졸졸 흐르는 개울물과 노래 부르는 새들, 파란 하늘과 지평선 등이 그에게 청량한 자극이었는데, 이 곡은 바로 이 마을에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9번 교향곡 속 증기기관의 강렬함을 생각하며 이 곡에 접근했다가

예상외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운 선율에 반했는데,

이것은 실제 연주에서도 이어져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앨런 길버트님 반가웠습니다:)

 

한편 공연 전에도 댓글이벤트를 덕에 '롯데뮤지엄 2인 입장권'을 받았는데

공연 후에도 뽑기 이벤트가 진행되어 (열일하는 K향…!) '임윤찬 CD'를 득템했다!

 

요엘 레비CD는 100% 증정! 내가 가장 바랬던 임윤찬 CD는 뽑기의 여신인 나에게…♥️

 

처음 공연에 갈 때는 마티네 공연이기에

그래 아침부터 여유롭게 공연 보고~ 한 2시쯤 J를 만나서 여유롭게 밥 먹으면 되겠네~했다.

하지만 그것은 서울을, 그것도 잠실을 너무나 얕본 생각이었고

무려 대기번호 111번을 받아 롯데몰을 배회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었던 점&저도 먹고 여러가지도 득템한 즐거운 하루였다:)

 

J의 추천으로 간 피에프창, 음식은 맛있었다...ㅋㅋㅋ

 

이제 어느새 2월이다.

올 한 해는 10개월 정도 남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고, 적어도 내 삶에서는 항상 그랬다.

지난달 좀 흔들릴 뻔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액땜이었으리라.

그래서 올해가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 반환점이 되기를.

이날 생의 첫 번째 반환점을 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소라를 다시 만났으니,

이제 삶의 모든 부분에서 부자가 되며 정말 좋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