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17:00
장소: 롯데콘서트홀
좌석: 1층 E구역 10열 10번
지휘: 김선욱
협연: 임윤찬 (피아노)
-프로그램-코른골트, '연극' 서곡, Op.4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제1번, g단조, Op.25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A장조, Op.90 <이탈리아>
개학 후 첫 공연은 클래식이었다.
원래 이 공연은 지난 6월, 빈 심포니 내한공연을 통해
첼리스트에서 지휘자가 된 장한나를 18년만에 다시 만난 후
대학시절 피아니스트로 처음 만났지만 작년에 지휘자로 데뷔한 '김선욱'의 이름을 보자마자
내 나름의 추억여행을 또 떠나고 싶어 일찌감치 예매해 두었다.
결국 이맘때 미리 예매했던 것은 신의 한 수 였는데,
당시만 해도 티켓팅이 비교적 한산했으나
협연자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우승 이후 매진이 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때 미리 해두지 않았다면 공연을 보지 못했을 것 같다.
https://blog.naver.com/artisticnomad73/222805895542
장한나 &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원래도 공연을 좋아하지만 올 상반기 유독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이번 6월과 7월에는 특히 더 의미가 ...
blog.naver.com
김선욱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생 때 였다.
당시 학교에서 무슨 건물을 새로 지었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거기에 김선욱이 와있다며
음대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도 '설마 피아니스트 김선욱?' 하면서 따라갔는데, 거기에는 진짜 김선욱이 있었다!
비록 이미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나는 어딘가를 가야했기에
그를 오랫동안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당시 짧은 연주를 듣고도 '와 대박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휘자로 커리어 전환을 하고
나에게 또 추억이 많은 멘델스존을 들려준다니, 이건 정말 귀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곡은 코른골트의 '연극' 서곡이었다.
일단 코른골트라는 작곡가 자체가 낯설었는데
얼마전에 어떤분께서
코른골트는 클래식 음악 최고의 신동을 꼽을 때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작곡가라고 알려주셨다.
그러나 유대인이었기에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도피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며 상업음악에 열중할 수 밖에 없었고,
전후 다시 돌아온 오스트리아에서는 '우리가 전쟁의 고통에 시달릴 동안
미국에서 편하게 지냈느냐'며 청중들의 냉소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20세기 말 이후들어서 그의 음악성이 재평가되고 있고,
할리우드에서 콘서트 음악과 오페라를 작곡하는데 열정을 쏟기도 했던 그인만큼
곡을 듣는 내내 블록버스터 영화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해 공연의 문을 열어주기에 적절한 곡이었다.
두 번째 곡은 이 여름과 잘 어울리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이 곡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시던 곡이었다.
그래서 어린시절 외가댁에 있을때면 외할머니께서 이 곡을 자주 틀어놓으셨다.
그때는 '협주곡'과 '교향곡'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에겐 모두 같은 '음악'이었는데,
어린 내가 듣기에 보통의 '음악'들은 악기들이 한꺼번에 나오면 다같이 어우러져서 연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곡은 악기들이 뭉탱이로 나오지만 피아노가 연주하면 다른 악기들은 쉬고,
다른 악기들이 연주하면 피아노가 쉬고 하는 부분이 많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 날, 곡의 마지막 부분(당시는 몰랐지만, 3악장)을 들으며
"할머니, 이걸 들으면 피아노가 '내가 제일 예뻐!, 내가 제일 예쁜 것 맞지?' 하면서 팔랑팔랑 뛰어가고,
그러고나면 다른 악기들이 '아니거든? 내가 더 예쁘거든?' 하면서 우르르 또 쫓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때 할머니께서 아직도 기억날만큼 정말 크게 미소짓고 날 쓰다듬으시며,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고, 우리 강아지가 잘 들었다고,
앞으로 이런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같이 나오는 곡을 들으면 '악기들끼리 서로 겨루는 느낌'으로
곡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후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며 '협주곡'을 뜻하는 음악용어 'concerto'가
본래 이탈리아어로는 '화합'을 뜻하고, 그는 'concertare(합의하다)'의 명사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역시 협주곡이란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서로 화합하는건가?' 했다.
하지만 더 나아가 그 'concertare'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왔는데,
그 어원의 뜻은 본래 이탈리아어 단어 뜻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열심히 다투다, 겨루다, 논쟁하다' 등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되며
그 어린 시절, '협주곡'을 '겨루는 느낌'으로 들으라 하셨던
외할머니의 말씀이 어원에 자연스레 연결되며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오늘은,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겨루는' 그 곡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곡에 대한 내 어린 시절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일지는 몰라도,
감상하는 내내 마치 한 얼굴이 등장하면 다른 얼굴은 사라지는 아수라 백작같은 느낌이었는데,
피아노가 찰랑거리면 오케스트라는 조용하고,
오케스트라가 분주하면 피아노가 멈춰있는 그 모습이
다 큰 나에게도 정말 재미있게 다가왔다.
특히 3개월만에 다시 본 임윤찬 역시 '온 몸으로 연주하는' 그 특성이 변하지 않아서
독주가 나올 때는 유독 스스로가 팔랑거리고,
오케스트라가 나올 때는 몸을 돌려 그들을 빤히 바라봤는데,
그 모습이 연주를 더 생동감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어린 시절에 이 곡을 귀로 듣고 그런 장면을 상상했던 내가 기특하기도 했다🤣
앵콜 역시 최고였는데,
몇 번의 커튼콜 이후 피아노에 의자가 하나 더 놓였다!
나는 그것을 설마 김선욱의 의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새 둘이 나란히 앉아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연주해주었고,
내가 늘상 유튜브에서 찾아보던 아래 영상의 실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임윤찬 독주로 멘델스존 판타지가 이어졌다.
이 때 보통의 지휘자들과는 다르게(?) 김선욱이 하프 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함께 곡을 감상했는데,
여러가지로 감동 뿐 아니라 웃음포인트가 많은 앵콜이었다:)
인터미션 후에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가 이어졌다.
멘델스존은 영국 여행을 하면서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를 썼고,
그 후 독일 남부를 거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여행하며 이 4번을 썼다고 한다.
(부럽다...)
보통 3번이 더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4번이 더 좋았는데,
이탈리아는 내가 접한 유일한 유럽이자,
코로나 전 내 마지막 여행지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직 영국에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왠지 4번이 더 친숙했던 것이다.
멘델스존은 이 곡을 쓰는데 '나폴리의 태양'에서 주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당시 겨울방학 때 떠났기도 하고
로마IN, 밀라노OUT의 코스로
로마, 피렌체, 아시시, 피사, 시에나, 베네치아, 밀라노 등을 돌아보며
남부는 아예 방문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이 곡에서 딱히 느껴지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총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참 신기하게도
각각의 악장에서 내가 방문했던 도시들과 그때의 추억을 하나하나 생각나게 해 주었다.
-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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